호주의 자살 통계 정보 수집
호주는 두 가지 경로를 통하여 자살 통계를 제공한다. ABS(Australian Bureau of Statistics)에서 생산한 자살율(혹은 자살자 수)과 검시 통계 자료(NCIS, National Coronial Information System)인데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두 데이터가 배타적인 것은 아니어서, NCIS의 정보를 활용하여 ABS의 통계에 반영되며, 공식 통계는 ABS 에서 산출하는 통계치이다. AIHW (Australian Institute of Health and Welfare, 한국의 보건사회연구원과 비슷?)에서도 ABS 자료를 기본적으로 사용한다.
NCIS는 정보를 입력하는 시스템임과 동시에, 쿼리를 이용하여 정보를 산출할 수 있게 하는 사이트이기도 하여 사실 언제든지 입력만 하면 자살자 수 통계를 산출할 수 있지만, 경찰조사자료, 검시자료, 임상결과자료 등을 함께 산출하는데 시간이 걸리므로, 연 단위의 (비교적 정확한) 통계수치를 집계하기 위해서는 대체로 2년에서 3년 정도는 시간이 지나야 한다. NCIS와 파트너십 프로젝트를 통해 접근권한을 얻으면, ID와 Password를 부여받아 접속이 가능하며, 현재 이용하고 있는 DB이기도 하다.
호주 전역에서 발생한 자살을 포함한 외인사 정보를 입력하는 NCIS와는 달리, 일부 주에서는 자살사망 특화 정보 집계 프로그램을 운용 중이며 NCIS보다 수집 정보가 더욱 풍부하다. Queensland Suicide Register(QSR), Victoria Suicide Register(VSR), Tasmania Suicide Registers (TSR) 이 그것이며, 최근에는 NSW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자살사망자의 기초 정보(성별, 연령)는 실시간으로 입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코로나 확산 즈음해서 이 기초 통계를 뉴스레터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다만 더 구체적인 정보는 최종 조사가 마무리 되는데 시간이 걸리므로 마찬가지로 2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온전히 해당 연도의 사망자 자료를 이용한 통계 산출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수집하는 데이터가 무척 방대하여 모두 나열하기 어려운데, 일부 특징적인 것을 기술하자면, LGBTI 여부, 정신질환 진단여부, 치료중 여부, 자발적-비자발적 입원 여부, 약물 치료 여부, (친구 혹은 소셜미디어 등에) 자살 암시 정보 제공 여부, 이전 자살 시도여부, 가족관계 이슈, 직업-재정-물질남용-주변인의 자살 등 맥락적 스트레스 여부 등을 주사하고 있다. (Clapperton, 2019) 모든 정보가 매우 클리어하게 수집되지는 않으나, 이런 정보를 수집하는데 시간이 제법 많이 걸릴 수 밖에 없는 건 당연해 보인다. 조만간 슈퍼바이저가 파트너십 프로젝트 체결을 통해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자살 통계 정보 수집 (Death by suicide)
한국을 포함한 여타 선진국은 보통 정부 행정망에 사망 신고서를 접수하고, 여기에서 자살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 한국을 예를 들면 주민센터 (구, 동사무소)에 사망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의사가 진단한) 사망진단서를 첨부한다. 의사가 진단한 사망 코드에 상당히 의존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통계청에서도 사인이 모호한 케이스에 대해서는 각종 행정자료를 이용하여 재 확정을 하게 되는데, 재작년부터 시작한 약 2~3개월 텀의 (공표시기 단축을 통해) 실시간 자살사망자 잠정치 공개와 매년 10월에 공개하는 확정 사망원인통계에 집계된 수가 약 3%~7%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확정 공표시 증가).
호주와 마찬가지로 국제기구에 통용되는 자살 사망 통계는 통계청 자료를 이용하지만, 이와 별도로 경찰청에서도 경찰통계연보를 통해 자살 통계를 집계하고 있으며, 2000년 대 초기에는 두 지표간 간극이 제법있었으나, 최근에는 통계청에서도 경찰청의 자료를 활용하여 사망원인 확정에 반영하므로, 두 지표간 차이는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이 감소 추세는 정승화(2017)의 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별개로 통계품질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은, ICD-10 의 R코드(달리 분류되지 않은 증상, 징후와 임상 및 검사의 이상소견) 로 분류되는 사망 건수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6년 전에 작성된 기사 (아래 링크)에 따르면, 한국의 R코드 진단 코드가 전체 사망의 10%에 달하며, 이는 비교 대상 국가들의 1% 대에 비하여 지나치게 높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는 통계 품질의 진단의 개선으로 인한 자살 사망율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음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Chan et al., 2015). 다만, 이 연구는 1992년부터 2011년 까지의 사망원인통계 자료를 이용한 것이기에, 통계청에서 최근 다시금 사망 정보를 재정비하는 최근의 추가 노력이 자살사망자 수와 R코드 사망자 수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는 별도로 밝혀야 영역으로 보인다.
원인불명의 ‘R코드로 남겨진 죽음’ 너무 많다 - 라포르시안 (rapportian.com)
연구자의 입장에서, 최근까지도 한국에서 자살 사망 사건의 개별정보는 사망원인통계의 마이크로 데이터 외에는 사용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자살 시도의 경우 지역사회건강조사, 국민건강영양조사, 청소년온라인건강행태조사의 반복 횡단조사와, 한국복지패널과 같은 일부 종단 조사의 일부 연도에 한하여 수집이 가능하지만, 자살 시도자의 응답율은 1% 미만이기에 응답자 규모가 너무 적어, 계량 분석을 하더라도 통계적 파워가 낮은 문제점이 제기 될 수 있었다. 자살 시도가 자살 생각보다 위중한 자살 예측 위험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자살 시도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부족한 이유가 그 때문일 것이다.
한국은 2010년대 이후 자살사망 사례와 관련된 정보의 체계적 구축과 정보 생산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일례로 자살사망자 전수조사 데이터(이하 한국 DB)의 코딩 북을 볼 때, 호주의 NCIS 못지 않은, 오히려 그 이상으로, 상당히 구체적인 정보를 코딩화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DB와 호주 NCIS는 수집되는 정보의 영역이 상당히 중첩 되기도 하지만, 일부 몇몇 부분에서 자살 상황 정보에 대한 구체성에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한국의 자살사망자 전수조사 데이터는 누구와 동거하고 있었는지, 최초발견자가 누구인지, 동반자살유무, 정신과적 증상에 대한 정보를 코딩화 하여 월등히 다양한 맥락 정보를 제공하지만, 호주의 NCIS는 그러한 정보를 코딩화하고 있질 않는다. 반대로, 호주 NCIS는 사망 장소, 공간정보가 매우 디테일 한 반면, 한국 데이터는 매우 단순화 되어 있다. 예를 들어 호주 NCIS는 사망 장소가 상업지구(Level 1) 중에서도 쇼핑몰인지, 사설 창고인지, 오피스인지, 호텔인지(Level 2) 등을 구체적으로 입력할 수 있게 되어있으며 Level 2의 카테고리가 90 여개에 이른 반면, 한국 DB는 9개 카테고리로 단순화 되어 있다. 또한 자살사건 발생 장소를 주소 레벨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Suicide hotspot 매핑이 가능하며, 실제로 Suicide hotspot으로 알려진 호주 시드니의 Gap Park라는 곳에서 발생한 자살사망 사건들만을 추출하기 위하여 NCIS를 활용한 사례도 있다(Ross, V., Koo, Y. W., & Kõlves, 2020). 한국 DB의 코딩북 상으로는 주소 정보가 없기 때문에(별도의 절차를 거쳐 제공하는지는 모르지만), 현재 한국 DB로는 가령 마포대교에 자살 사망이 몇 건 발생했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호주 NCIS는 ICD-10 코드를 제공하나, 한국 DB는 20개의 자살 방법 유형을 카테고리화 하여 제공한다. 20개의 카테고리가 아마 재분류한 것으로 보이는데, 보기에는 직관적이기는 하나, 연구자들은 통상 ICD-10 코드를 본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재코딩화 하는 것부터 분석을 시작하기에, ICD-10가 수집되고 있다면, 해당 코드를 함께 제공하면 좋지 않을까 한다.
현재 한국DB를 사용한 적은 없으나, 한국DB가 수집하는 맥락 정보의 디테일은 호주에 비해서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다양하다 판단된다. 한국DB와 호주 NCIS (혹은 빅토리아주 VSR)를 비교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되는 논문이 나온다면, 상호 국가에 매우 유익하리라 생각한다.
한국의 자살사상자 전수조사 데이터 신청 안내는 아래의 링크를 참고
외부 연구용 자살사망자 전수조사 데이터 신청 안내(★상시접수) > 소식 | 데이터줌(DataZoom) (psyauto.or.kr)
호주의 National Coronial Information System
National Coronial Information System (NCIS)
Home
Provision of comprehensive coronial data to those who need it. This is our mission. Saving lives through the power of data. This is our vision. Access to documentation and Guidelines to support coders Learn More
www.ncis.org.au
정승화. (2017). 한국사회 자살 통계에 대한 장기 추세 분석 경찰통계연보 1953 년 2015 년 자살통계를 중심으로. 사회연구, 83-125.
Chan, C. H., Caine, E. D., Chang, S. S., Lee, W. J., Cha, E. S., & Yip, P. S. F. (2015). The impact of improving suicide death classification in South Korea: a comparison with Japan and Hong Kong. PloS one, 10(5), e0125730.
Clapperton AJ. Suicide in Victoria, Australia: Investigating the presence and nature of mental illness and exploring pathways to suicide [Internet]. Monash University; 2019 [cited 2021May30].. https://doi.org/10.26180/5cda38dec0cc4
Ross, V., Koo, Y. W., & Kõlves, K. (2020). A suicide prevention initiative at a jumping site: a mixed-methods evaluation. EClinicalMedicine, 19, 100265.
추가 참고 자료
Sutherland, G., Milner, A., Dwyer, J., Bugeja, L., Woodward, A., Robinson, J., & Pirkis, J. (2018). Implementation and evaluation of the Victorian Suicide Register. Australian and New Zealand journal of public health, 42(3), 296-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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